4선 국회의원 고향서 교양대학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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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팔순 노인이 교양대학의 운영자 겸 향교의 전교로 전통예절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안동준(安東濬·83·충주 미덕학원 이사장)씨는 사재를 들여 복원한 고향 감물면의 계담(桂潭)서원에 1992년 '부설 교양대학'을 설치, 11년째 예절 교육을 하고 있다.

농한기를 이용해 6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교양대학에서는 주로 50∼60대 와 주부 등에게 전통 예법과 사서삼경·서도 등을 가르친다.

올봄까지 매년 30∼5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청력·시력·목청이 양호한 편인 安씨는 서예와 생활예절을 직접 강의해 왔다.

하지만 디스크 증세가 악화돼 요즘 강단에는 서지 않는다.

安씨는 "소득이 높다고 일등 국가가 되는 게 아니다"며 "일등 국민으로 대접받으려면 전통 예절정신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전교를 맡고 있는 괴산 향교는 지역 예절교육의 본산으로 제 자리를 잡았고 유림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평소 유도(儒道)와 동양사에 조예가 깊은 安씨가 고향에 교양대학을 설립한 것은 전통예절과 선비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서울에 살던 그는 4년 전 아예 이담리의 태어난 집터에 새 집을 지어 이사했다. 安씨는 일본 중앙대 법과와 육사(7기)를 졸업했으며 3, 5, 6, 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충주에 미덕중·충주상고 등을 설립했고 82년까지 10년간 한국노장마라톤협회장을 지내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예법과 고대사와 관련된 책 10여권을 펴냈다.

安씨는 "앞으로 민족 화합이나 민족혼 고취에 관심을 갖고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29일 충북도에서 주는 도민대상(교육 부문)을 받는다.

괴산=안남영 기자

an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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