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노인대국’ 일본이 옆에 있는 건 행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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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6일에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 국민이 평생 정부에 세금·사회보험료 등으로 내는 돈과 연금이나 의료·교육 등으로 돌려받는 수익을 시산한 기사가 실렸다. 히토쓰바시(一橋)대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60세 이상 세대의 경우 1억4700만 엔을 정부에 내고 1억8700만 엔을 받아 생애 4000만 엔 흑자인 반면 20세 미만 세대(현재 출생률 등을 전제로 앞으로 태어날 사람도 포함)의 경우 2억100만 엔을 내고 1억1800만 엔어치를 돌려받아 8300만 엔 적자가 될 것이란 내용이다. 전체적인 ‘세대회계’를 보면 현 50대 이상은 생애 흑자, 40대 이하는 생애 적자로 세대가 내려갈수록 적자폭은 더욱 커지는 구조다. 이러한 불균형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20세 미만 세대의 경우 2003년 현재 기준으로 적자가 4600만 엔 정도이던 것이 불과 5년 새 거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시산을 맡은 오구로 가즈마사(小黑一正) 교수의 지적대로 부담증가를 미룬 때문이고, 그 바람에 미래세대의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고령화에 따른 비용증가를 세금이 아닌 국채발행에 의존한 결과 일본의 정부채무는 급속히 늘어났고(그래프 참조), 그 상환압력은 결국 미래세대에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날 같은 신문에는 일본의 국민연금 납부율이 4년 연속 떨어져 지난해 처음으로 60% 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기사도 있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납부율도 낮은 구조로, 20대의 납부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용 악화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제도 자체에 대해 드리워진 불신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통계다.

세대 간 갈등이라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히 보이는 일본의 이런 모습들이 결코 해협 너머의 일만일 수는 없다. 산업화뿐 아니라, 출생률이나 고령화 등 인구 변화 측면에서도 일본의 뒤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문제는 그리 머지않아 닥치게 될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보고 배울 수 있는 현실의 장이 바로 이웃에 있다는 것, 이건 반드시 활용해야 할 행운이다.

박태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