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관리 "부시는 저능아" 발언 파장 양국 관계 한랭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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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CNN방송은 캐나다 문제를 '전국부'라는 부서에서 다룬다. 캐나다는 미국에 외국이 아니란 뜻이다. 그만큼 두나라 사이는 가깝다. 그러나 요즘 캐나다의 좌파 자유당 정권과 미국의 우파 공화당 정권의 관계는 냉랭하다.

22일 폐막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한 캐나다 고위관리는 개막 하루 전인 20일 캐나다 기자들에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엄청난 저능아'(What a moron)라고 혹평했다.

나토 확대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라크전 지지를 호소하려는 부시의 '부적절한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이 말은 다음날 캐나다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미국 측은 발끈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캐나다 정부를 위해 진정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받아쳤다.

불편한 심기는 양국의 고위층으로까지 번졌다. 부시 대통령이 회담 직전 "캐나다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자 존 매컬컴 캐나다 국방장관은 "그건 캐나다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미국과 독일 사이도 심상치 않다. 영국 BBC 방송은 21일 대(對)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나토 정상회담에서 조우했으나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지난 20일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 어색하게 악수를 했으나 인사말 이외에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몇몇 정상들과 개별적으로 만났으나 슈뢰더 총리는 제외했다. 두 정상의 조우를 부시 대통령은 '우호적(cordial)'이라고 표현했으나 독일 측은 '실무적(professional)'이라고 폄하했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인해 부시 행정부에 공공연히 대든 슈뢰더 총리가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BBC는 내다봤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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