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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세계의 한인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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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국을 되찾는 데 모든 것을 바친 순국선열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독립운동 유공자와 그 자손에 대한 파악 작업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 대한 조사보다 못하다. 건국 과정에서 역할을 한 동포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하와이 동포이기에, 그와 함께 온 귀환 동포들은 정부에서나 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의 초석을 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 한국전쟁으로 더욱 황폐해졌을 때 구제물품을 보내 우리를 따뜻하게 해준 것도 미주동포들이었다.

오늘날의 풍요를 만든 산업화에서도 동포들은 큰 기여를 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사업의 재원은 주로 재일동포를 통해 이루어졌다. 재일동포의 공식적인 재산 반입은 물론, 방문을 통한 소소한 외화자금이 중요한 재원이었다. 롯데, 코오롱, 기아, 한일합섬, 방림방적, 신한은행 등은 재일동포의 창업에서 시작한 것이다. 재일동포들은 자금뿐 아니라 경영 노하우와 선진 기술,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와 한국의 경제적 기초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국내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7000만 남북한의 10%인 700만 명이 해외에 거주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해외동포의 조국에 대한 기여를 조사해 인정하고, ‘더 큰 대한민국’의 일부로 해외동포를 수용해야 한다.

정부는 2007년 전 세계 동포들을 위한 법정기념일로 ‘세계 한인의 날’을 지정하고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는 10월에 세계한인주간을 설정해 여러 행사를 치르고 있다. 700만 재외동포들은 한민족으로서 자긍심을 고양하고, 한국민에게는 전 세계 동포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이다. 올 10월 5일이면 네 번째 한인의 날이지만 동포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높지 않다.

글로벌 지구촌 시대에 이주와 이동에 의해 한국인의 해외 거주는 늘어나고, 해외동포들의 국내 거주도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한인과 상생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꼭 필요하다. 진정한 광복은 전 세계 한인들과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 국민국가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글로벌 비전을 전 세계에 제시하는 것이다.

이진영 인하대 정치외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