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엇갈린 경기 판단이 시장 혼선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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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그제 연 2.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세계경제의 불안 속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금통위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과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은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발표문은 “향후 통화정책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김 총재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번까지는 견조한 성장을 이끄는 것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물가안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경기 확장세를 예상하고 물가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총재는 이어 “지난달 연 2.25%의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며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은의 이 같은 경기 판단과 통화정책 방향은 정부나 시장과 적지 않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국 경제가 비정상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도 세계경제의 불안과 선행지표의 하락을 들어 무리한 출구전략(금리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한은과는 사뭇 다르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한은이 주장하는 물가안정의 필요성과 금리 결정의 독자성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그 전제가 되는 경기 판단에 관해서는 정부 및 시장과 충분한 교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기 판단이 정부나 시장과 다를 경우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시장에 혼란을 부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경기 확장과 경기 침체는 누가 봐도 양립하기 어렵다. 엇갈린 경기 판단을 근거로 정부와 한은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면 그로 인한 혼선과 낭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리 한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해도 동떨어진 경기 판단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그래서는 통화정책의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독립성마저 흔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