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戰 勢몰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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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서울=예영준 기자] 대(對)이라크 군사작전에 참여할 국제 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외교경로를 통해 50개 국가에 이라크 전쟁 지원을 정식 요청하는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통해 군사작전에 대한 동맹국들의 동참을 직접 촉구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20일 이라크가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시작될 군사작전에 대비해 각국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필립 리커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각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이라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제1441호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어질 전쟁에 전투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 장비 등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리커 부대변인은 지원 요청을 한 국가의 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나 워싱턴 포스트는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50개국에 외교서한을 보내 지원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체코를 방문 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력 사용 결정이 이뤄질 경우 동맹국의 참여 여부와 시기·방법은 각국이 결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우방이 동참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을 수행 중인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나토 정상회담에서 유엔 결의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성명이 채택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경우 전세(戰勢)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스라엘과 터키에 대해서는 "개입을 자제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또 쿠웨이트와 카타르에 대해서는 육상 기지 사용과 항공기의 영공 통과 허용 등 지원 방침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 답변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파병을 정식으로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지난 18일 미 대사가 제프 훈 국방장관을 만나 파병요청 서한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 주일 대사관을 통해 ▶이라크 공격에 대한 공개적 지지표명▶군사작전에 대한 지원 검토▶이라크 재건과 관련한 외교지원 등을 요청해왔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1일 보도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미국의 지원요청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찰과 관련해 이라크 정부는 대통령궁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등 유엔 무기사찰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다고 유엔 사찰단이 20일 밝혔다.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은 바그다드에서 이틀간의 사찰 준비 활동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 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제1441호의 완전한 준수와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다"면서 "우리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사찰 활동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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