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박지은 치수고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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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여성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과 박지은3단, 두 기사의 '치수고치기 10번기'가 구설에 올랐다.

치수고치기 자체는 정상적으로 치러졌고 루이9단이 14일 2연승을 거둬 치수가 호선에서 정선으로 고쳐진 상태. 3국은 28일 박3단의 정선으로 열린다.

사건은 장외에서 일어났는데 주최사인 tygem의 이사로 칼럼을 맡고있는 J씨가 사이트에 올린 글 때문이다.

이 글은 박지은3단이 비록 치수가 고쳐지긴 했지만 다른 여성강자들이 모두 루이9단과의 대결을 피해 "꼬리를 내린" 상황에서 홀로 용감하게 도전한 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쓰고있고 패배한 박3단에게 너무 승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충고도 곁들이고 있다.

이 글을 본 여성강자들의 부모가 무슨 난데없는 소리냐며 한국기원과 tygem 게시판을 통해 항의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부모들이 모여 확인한 결과 그 누구도 대국제의를 받은 적이 없고 또 어느 여자기사가 설령 치수고치기를 거절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도전정신 결여'로 매도당할 일이냐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현 바둑계에서 박3단 외의 여성강자라면 호작배 세계대회 우승자인 윤영선2단, 그리고 루이9단과 두번이나 결승대결을 펼쳤던 조혜연3단이 우선 떠오르게 되어있다.

여성기사들의 어머니 8명은 곧 tygem이 치수고치기를 띄우고자 어린 여성 기사들을 모욕했고 여성바둑계를 비하했다며 J씨에게 실명으로 공개질의를 했다.

의욕적으로 대회를 개최했다가 뜨거운 복병(?)을 만난 tygem 측은 문제의 구절을 수정한 뒤 사과문을 게재하며 수습에 나섰고 어머니들이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봉합이 됐다.

여성기사들의 어머니들도 J씨와 tygem 측이 '오버'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래의 취지가 위험대결을 떠맡은 박지은3단의 용기를 찬양하고 그의 패배를 위로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여성기사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이해해준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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