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7인'의 제임스 코번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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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후리후리한 키와 재빠른 몸놀림으로 1960년대 서부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명연기를 펼쳤던 미국 배우 제임스 코번이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심장병으로 숨졌다. 74세.

28년 네브래스카주 로렐에서 태어난 그는 LA와 뉴욕에서 연기를 배운 뒤 59년 '외로운 총잡이'라는 서부영화로 스크린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이듬해 존 스터지스 감독의 걸작 서부영화 '황야의 7인'에 출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에서 코번은 스티브 매퀸·찰스 브론슨·율 브리너 등 당대의 명배우들과 함께 공연(共演)하는 행운을 누렸다. 다시 3년 뒤 역시 스터지스 감독의 '대탈주(비디오 출시명 '위대한 탈출')에서 스티브 매퀸·찰스 브론슨·제임스 가너 등과 함께 뛰어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연기 생활의 정점은 샘 페킨파 감독의 '패트 개릿과 빌리 더 키드'(비디오 출시명 '관계의 종말')에 출연할 때였다. 72년 샘 페킨파 감독이 연출한 이 걸출한 서부 영화에서 코번은 전설적인 총잡이 빌리 더 키드를 쫓는 보안관 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이후 활동이 뜸했던 코번은 90년대 이후엔 고만고만한 액션 영화와 코미디 영화 등에 출연하면서 말년을 보냈다.'시스터액터 2'(93년) '메브릭'(94년)등에 나왔다. 지병인 관절염으로 한쪽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고뇌(Affliction)'에 출연해 98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영기 기자

ley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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