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패배, 한국 전원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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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제8보

(151~187)=151로 우변을 지켰지만 노적가리에 불질러놓고 이삭 줍는 격이다. 고개 숙인 曺9단의 얼굴엔 비감과 자조가 교차하고 있다.

뤄시허9단은 흥분한 듯 보인다. 중국에 '호랑이'로 널리 알려진 조훈현을 드디어 꺾는구나 생각하니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적시고 있을 것이다. 검토실의 최명훈8단과 인터넷 해설의 서능욱9단은 "도저히 안됩니다"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할말이 없는 듯 바둑과 관계없는 딴소리만 하고 있다.

과연 국면은 그대로 스르르 흘러가고 있다. 曺9단은 불굴의 투사답게 153,155 등으로 집을 벌어들이며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뤄시허의 158,160 등이 날카롭게 우변을 무너뜨리며 한조각 남은 미련마저 거둬가버린다. 164는 승리를 확인한 두터운 끝내기. 182로 좌상을 틀어막은 시점에서 계가해 보자.

▶흑집=좌하와 중앙 13집,좌상 8집,상변 16집,우하 19집.합계 56집.

▶백집=좌하와 하변 25집,좌변 14집,상변 6집,우상 8집.합계 53집.

반면으로는 흑이 3집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덤을 제하고 3집반 차이에 불과하지 않은가.아니다. 3집반 차이란 프로의 세계에서 끝났다는 의미로 쓰이는 '반면 10집'과 같다. 흑이 우세할 경우 "반면 10집입니다"하면 역전은 없다는 의미로 통용되는데 반면10집은 덤을 제하면 3집반이다. 더구나 이 판은 선수마저 백이 쥐고 있다. 필자도 이 장면에선 부득이 "조훈현9단 패배""한국 전원 중도탈락"이란 기사를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187=184).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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