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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만금, 법원 조정권고안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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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만금 논쟁'이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간척사업의 용도를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해결방안을 찾으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권유로 환경이냐, 경제성이냐를 둘러싼 지루한 논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새만금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7여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금까지 들인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생각할 때 중단할 수도, 그렇다고 환경을 생각할 때 밀어붙일 수도 없다. 지금 사법부가 한쪽 손을 들어준다 해도 상대 측 합의 없인 끝날 상황도 아니다. 이런 고민 끝에 사법부가 '합의하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 공은 정부와 환경단체로 넘어왔다. 양측은 이를 합의점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론 쉽진 않을 것이다. 간척지가 완성되면 시화호처럼 물이 썩어 심각한 수질오염이 발생하고 개펄이 죽는다는 환경단체 측 주장이나, 간척사업은 식량안보와 지역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정부 측 주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실제로 33km의 방조제 중 이미 2.7km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막이 공사가 끝나 지금 중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더 이상 소모전은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문제에 너무도 많은 국력과 재원을 낭비했다. 거듭된 공사 중단과 데모 때문에 8200억원으로 예상됐던 물막이 비용이 이미 2조원으로 늘어났다. 이 문제에 종교계와 정치권까지 개입되면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했다. 새만금은 14년이 되도록 표류하고 있다. 해결의 기약도 없다.

양측은 사법당국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머리를 맞대고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어느 길이 국익에, 국가경쟁력에, 그리고 후손에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한 걸음씩 양보해야 한다. '썩은 물'에서 '깨끗한 물'로 탈바꿈한 시화호처럼 제3의 대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새만금이 더 이상 표류해선 안 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