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국원중 80% 기술 관료들 점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출세하려면 이공계 대학을 나와 지방으로 내려가라."

후진타오(胡錦濤)시대를 맞아 기술자 출신 관료(테크노크라트)들이 당 핵심 기관인 정치국(정위원 24명, 후보위원 1명)에 대거 진출하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회자되기 시작한 금언이다. 중국 정치무대에서 테크노크라트가 우대받는 현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1997년 개최된 제15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5大) 당시 선출된 정치국원 23명(정위원 21, 후보위원 2)중에서도 리루이환(李瑞環) 정협 주석 등 비이공계 출신 관료 4명과 군부 출신 2명 등 6명을 뺀 17명(78%)이 테크노크라트였다. 그러나 지난 15일 열린 16기 1중전회에서 발표된 신임 정치국원 명단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정치국원 25명 중 20명(80%)이 이공계 대학을 졸업했거나 기술 관료출신이다.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9명)의 경우엔 전원이 이공계 졸업자다. 공정사(工程師·기사) 혹은 고급 공정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지방에 내려가 온갖 어려움을 두루 겪었던 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이공계가 강한 칭화(淸華)대 출신이 약진했다. 대신 인문·사회계가 강한 베이징(北京)대는 단 한명도 없다. 칭화대 출신의 정치국 위원은 胡총서기 등 정치국 상무위원 4명을 포함해 정치국에서 5명이나 된다.

<표 참조>

이처럼 테크노크라트들의 약진이 눈부시자 중국 정치권 일각에선 "테크노크라트들이 당 중앙을 점령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