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TV토론 전략]盧 개혁성 강조 鄭 참신성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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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승부처는 TV 토론이다. 20일부터 23일까지로 예정된 TV 토론 직후 곧바로 여론 조사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지지율 차이가 미미한 盧·鄭 두 후보가 느끼는 긴장감은 그래서 더욱 팽팽하다. 양측 진영은 모든 일정을 TV 토론회에 대비해 조정했다.

盧후보는 토론회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 일정을 느슨하게 잡고 있다. '후보 TV 토론 대책팀'을 별도로 구성했다. 19일 부산 지역 방송합동토론회를 실전에 대비한 훈련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鄭후보 측은 17일 부산 방문 일정을 아예 취소했다. 참모들과 하루종일 토론 준비에 열중했다. 정책위와 자문교수단·데이터베이스 관리팀을 풀가동키로 했다.

특히 다른 당과 차별화하는 내용의 대선 공약을 담은 'MJ프로젝트'를 가다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책 면에서의 열세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두 사람의 단일화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대항마를 뽑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 토론회 방향이 두 사람 사이의 '차별화'보다 李후보와의 대결을 염두에 둔 '상대적인 우월성'경쟁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盧후보는 분명한 개혁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을, 鄭후보는 기존 정치인과 다른 '신선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TV 토론의 양면성=두 후보는 토론회를 '정책 중심'으로 치른다는 데 합의했다.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거친 표현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럴 경우 토론회 자체가 밋밋해질 가능성이 크다. 관심이 적어지면 TV 토론 등 단일화 과정을 이벤트화해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리겠다는 양측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재벌·교육정책 등 두 사람의 입장이 맞서는 이슈를 부각해 토론이 격해질 경우엔 '정책 차이가 분명한 두 사람의 단일화는 야합'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양측 관계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양측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배제하고▶그런 상황에서도 '흥행'이 돼야 하며▶단일화에 대한 명분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토론 진행방법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형식인가=토론회에 대한 법적 시비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두 사람만을 초청해 이뤄지는 방송사의 토론회가 선거의 공정성을 규정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1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결국 두 후보 간 토론의 형식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양측은 3대 지상파 방송이 단일화를 위한 별도의 토론회를 여는 방안 또는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에 두 후보가 출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기자협회 등이 토론회를 주최하고 이를 중계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최악의 경우엔 당사에서 토론회를 하고 이를 TV가 중계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의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와 선거운동에 있어서 기회의 균등이란 두 가치가 충돌한다는 점에서, 또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입후보를 막기 위한 이례적 상황이란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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