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가 이끄는 '젊은 중국'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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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적 관심 속에 진행돼 온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 작업이 15일 일단 한 고비를 넘긴다.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은 13년 동안 유지해 온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리를 이날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에게 이양한다.

중국도 미국·영국 등과 마찬가지로 50대의 지도자들이 이끄는 '젊은 나라'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권력구도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총서기직은 물려받았지만 胡의 권력이 과거 최고 정점에 있던 '중국의 1인자'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江주석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내년 3월에 있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胡가 국가주석직을 차지할 수 없으리라는 관측도 강하게 제기된다.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 등 최고 권력자를 일컫는 '핵심(核心)'이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중국에 다극화한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핵심'빠진 집단지도체제=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멤버는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江주석 계열의 인물이다. 江의 영향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권력의 또 다른 축인 국가주석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도 胡가 아닌 우방궈(吳邦國) 부총리와 황쥐(黃菊)전 상하이시 당서기가 거론된다.

중국은 이와 관련, 지난 7월의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서 리펑(李鵬) 전인대 위원장의 국가주석직 승계, 리루이환(李瑞環) 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전인대 상무위원장 승진 등의 원안을 마련했으나 계속 갈등이 이어짐에 따라 현직 영도자들의 전면 퇴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서기직을 胡가 물려받는 것 외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리를 두 개 더 늘리면서 중국의 권력은 더욱 세분화하고, 이에 따라 '핵심 없는' 느슨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진통 중인 권력 배분=내년 3월 전인대 개최 직전까지 중국의 권력층은 지분 안배로 갈등을 겪을 전망이다. 국가주석과 전인대 상무위원장, 총리,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권력 요직 후임에 대한 최종 결론이 아직 내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리에 유력시됐던 원자바오(溫家寶)부총리도 최근 들어 취임이 불확실해졌다.

정치협상회의 주석직에는 전 베이징 당서기이자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에 진입하는 자칭린(賈慶林)이 유력하고,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는 우관정(吳官正) 산둥성 당서기가 확정적이다. 나머지 자리는 아직 유동적이며 권력 지도부의 막판 조율을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여기에다 江을 중심으로 하는 고령층의 제3세대 지도부는 비공식 기구인 '국가안전회의'를 새로 만들어 원로정치를 시도한다는 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진타오의 당 총서기 시대는 열렸지만 중국의 권력판 새로 짜기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인 셈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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