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당하고 말라리아 … 해외여행서 용기 배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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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째 여행만 갔다 하면 사고투성이야?”

여행을 다녀오면 그는 지인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오죽했으면 여행 책을 내자는 출판사에서 “사고 얘기 좀 줄여달라”고 주문했을까. 그는 지독하게 길눈이 어두운 데다 몸이 허약해 남산에 가는 것도 사투(死鬪)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세 번이나, 그것도 혼자서 총 2년3개월간 세계를 누볐다. 최근 『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를 펴낸 고은초(31·사진)씨다.

“여행에서 겪은 고생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죠.”

해외여행의 시작은 평범했다. 1999년 대학생 때 영어를 배우려고 떠난 호주 어학연수에서 그는 여행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히치하이크 하고, 텐트 치고 자는 ‘극빈 모드’였죠. 그런데 돌아오니 힘들었던 순간까지 그리운 거예요.” 결국 그는 4년 뒤 다시 1년간의 여행을 떠났다. 2007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3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했다.

그는 첫 해외여행에서 사기를 당하고, 오토바이 사고를 겪고, 태국에서는 말라리아에 걸렸었다. 두 번째 여행 땐 아르헨티나에서 택시기사 사기단에게 당했다. 뉴질랜드에선 볼거리, 페루에서는 식중독과 고산병 증세로 쓰러졌다. 세 번째 여행길, 멕시코에서 강도를 만났고, 과테말라에서는 고산병에 걸려 산소호흡기를 쓴 채 구급차에 실려갔다. “여행한 나라 세 곳 중 두 곳에서는 사고를 당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했다.

“여행하며 배운 거요? 용기가 제 강력한 자산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용기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할 줄 알고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 거든요.”

세계여행을 다녀온 지 3년이 지났다. 주변에서는 그의 네 번째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모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여행하면서 문화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문화경영 분야를 깊이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지수 인턴기자, 사진=강정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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