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고마운 벗 『한국서화가 인명사전』 『한국근대미술의 역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나는 유달리 책과의 인연이 많다. 1981년부터 9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96년부터 2001년까지 가나화랑의 자료실에 근무한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독립적인 미술연구소 운영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기사·팸플릿·미술잡지·미술서적 수집 속에서 살아온 나는 현재 발행하는 『서울아트 가이드』의 신간 미술서적 소개 지면을 통해 매월 10여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화당·미진사·미술공론사 등에서 미술서적을 많이 발간했는데 요즘은 한길아트·예담·효형출판 등에서 많이 내고 있다. 책도 미술사·일반론에서 미술가들의 생애를 다룬 책들이 두드러지게 많아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www.daljin.com의 news 밑에 이들 미술서적 신간 소개를 곁들이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생각해보면 중·고교시절 잡지 속에 명화 한 장을 뜯어 모으던 취미가 '미술자료 수집'의 내 인생을 결정해주었다. 이때 『서양미술사』(이영환 저, 박영사)를 통해 미술의 역사를 알았지만, 시대 유파별로 작가 이름을 익히게 된 것도 그덕이다. 내가 95년 펴낸 『바로보는 한국의 현대미술』은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한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이면을 살펴보았는데, 실은 미술자료 정리의 혼란스런 상황을 지적하고 싶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기본서에 해당하는 사전·연감·자료집 등이 부족한 우리 실정에 서화가·화원·불화승·현존작가 9천4백여명의 인물을 담은 『한국서화가인명사전』(한문영 저, 범우사)과 1800년부터 1945년까지 연대별 한국미술사를 사전식으로 꾸민 『한국근대미술의 역사』(최열 저, 열화당)는 내가 지표로 삼는 책이다. 몇 십년 노고를 거쳐 완성된 이 책들은 미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곁에 두고 찾아보는 책들이다. 이 깊어가는 가을, 계절의 변화를 가을 들녘에서 느끼고 싶다. 내 마음의 양식을 채워줄 미처 못 읽었던 미술교양서 한 권으로 나의 안목을 높이고 책장 사이에 이름모를 단풍잎을 끼우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