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총기 관리 구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난 6일 대구에서 정신질환 치료 경력의 총기소지자가 가족과 함께 엽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경찰에 총기 관리 비상이 걸렸다. 현행 총기 관리 시스템이 정신질환자의 총기 소지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고자가 인명 살상 위험이 큰 엽총을 규정대로 반납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은 총기 소재 파악 노력을 소홀히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지난 6일 집에서 부인·아들과 함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李모(44)씨는 지난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李씨는 지난 1일부터 자신의 엽총을 보관해왔던 파출소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총기를 지급받아 사용해왔다. 결국 李씨는 6일 만에 가족과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李씨가 가족들에게 총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李씨가 총기 허가를 받던 2000년 10월 정신병이 없었고, 이후엔 정신병 치료 여부를 확인할 관련 법규가 없어 정신질환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은 엽총·공기총 소지 허가를 내줄 때 정신질환·색맹 등 신체검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5년마다 소지 허가를 갱신할 때만 신체검사를 거칠 뿐 정신질환 발병 여부를 확인할 체계는 없다.

이번 사고를 통해 지급된 총기의 사후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엽총의 경우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경찰관서에 보관토록 돼 있으나 숨진 李씨는 사고 전날 총기를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관할 파출소는 李씨의 집에 전화만 걸었을 뿐 방문 확인 등을 하지 않았다.

◇대책=경찰청은 특정 정신질환 진료자의 자진 신고 의무화 등의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또 미반납 총기의 경우 자택 방문 등을 통해 현장 점검하고 총기 지급 전에 소지자의 비상연락망을 확인하라고 전국에 긴급 지시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