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사고 "억장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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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적자금 투입은행에서 우량 대형은행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해온 우리은행의 이덕훈(53·사진)행장은 요즘 "억장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그는 7일 전국 1만1천명의 임직원을 상대로 실시한 사내 특별방송에서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고 탄식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임직원을 상대로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지난달 30일 발생한 1조3천억원대의 금융사기 사건에 명동 지점장이 연루돼 구속되자 작심한 듯 싫은 소리를 쏟아냈다.

李행장은 "도덕경영을 최우선으로 표방해야 할 은행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며, 은행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하는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올 6월까지 우리은행에서는 고객예금 횡령 등 35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7백20억원의 고객 예금이 손실을 입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

李행장은 이날 "낡은 금융행태를 단순히 금융계의 오랜 관행으로 묵인해 버리는 것은 고객과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온 1백년 은행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며, 우리에게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0일 3백80억원을 들여 한빛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CI와 간판을 바꾼 우리은행이 李행장의 자성(自省)발언을 계기로 겉뿐 아니라 속까지 제대로 바꿀수 있을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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