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왔노라 김상현, 터졌노라 CK포, 신났노라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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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야구 KIA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홈런왕 김상현(30)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잇따른 부상으로 12홈런에 그치고 있지만 타석에서 주는 위압감은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지난해에 못지않다. 오른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달 27일 이후 11경기에서 대포 네 방을 때려냈다. KIA는 이 기간 7승4패로 선전했다.

◆영양가 만점 홈런=KIA는 지난 8일 군산 두산전에서 9회 말 원아웃까지 1-5로 지고 있었다. 이때 김상현의 중월 솔로홈런이 터졌다. 하지만 그래 봐야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겨놓은 채 스코어는 2-5였다. 경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 터진 ‘영양가 부족한’ 홈런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김상현의 홈런은 두산 투수 오현택을 끌어내렸고, 이후 이현곤이 두산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연장 11회 접전 끝에 결국 KIA가 지긴 했지만 타선이 이전처럼 무기력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두산 불펜진에 큰 타격을 줬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적장 김경문 두산 감독은 경기 후 “야구가 이래서 어렵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7일 경기에서 김상현은 8회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때렸다. 8월 한 달간 20승(4패)을 거뒀던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김상현이 합류한 후 KIA는 분명 강해졌다.

◆되살아나는 CK포=김상현이 복귀한 뒤 팀 동료 최희섭도 홈런 세 방을 쳐냈다. 다소 주춤했던 그의 페이스가 살아난 것도 김상현 덕분이다. 팀 타율(0.260)과 팀 홈런(75개) 모두 7위에 그치고 있는 KIA는 지나칠 만큼 최희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김상현이 복귀하면서 두 개의 축을 갖게 됐다. 상대 투수는 4번 최희섭을 피하다 5번 김상현에게 얻어맞고, 김상현을 의식하다 최희섭에게 당하고 있다. ‘CK포’가 정점에 올랐던 지난해와 비슷한 패턴이다.

김상현의 가세는 팀 전체에 희망을 주고 있다. 타선에 미치는 영향력은 말한 것도 없고, 동료 투수들에게도 의욕을 불어넣고 있다. 조범현 KIA 감독은 “김상현의 부상 부위가 아주 깨끗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타선의 파괴력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47경기 출전에 그친 김상현은 “개인 목표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팀의 4강 진출을 위해 마지막까지 보탬이 되는 것이 올해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10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두산-넥센(잠실), SK-LG(문학), 한화-KIA(청주)의 경기는 비 때문에 취소됐다. 롯데-삼성(사직) 경기는 삼성이 1-0으로 앞선 2회 초 폭우로 경기가 중단돼 노게임이 선언됐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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