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극성 천식:흡입성 항염제 곁에 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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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면서 천식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천식은 외부 자극에 대해 기관지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수축돼 숨쉬기가 불편해지면서 기침이나 쌕쌕(혹은 가랑가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병이다. 찬 공기와 건조한 날씨는 기관지 수축과 감기를 유발해 천식을 악화시키게 마련이다.

또한 알레르기 물질 증가·도심화 등으로 해마다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어린이들의 알레르기 유병률이 1980년 5.6%에서 89년 10.1%, 97년 14.5% 등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치료가 필요한 천식 증상이 있는 환자는 4.6%(2000년,서울대병원)다.

특히 노인 환자가 많은데 청장년기엔 천식 유병률이 2∼3%였다가 40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0대엔 10.1%, 70대엔 15% 등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서울대 의대 알레르기 내과 조상헌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폐기능이 떨어지는데다 특히 흡연자인 경우 똑같은 기관지 수축에 대해서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천식, 고질병 아니다=천식 치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천식은 고질병이라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그때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안받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천식도 제대로 치료하면 극복할 수 있다.

우선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따라서 천식이 의심되는 사람은 단순히 감기치료만 받지 말고 천식 여부를 확인한 후 진단결과에 따라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교수는 "천식발작후 기관지 수축이 풀렸더라도 기관지 염증은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만일 방치하면 기관지에 흉터가 남으면서 회복이 불가능한 만성 폐기능 장애로 진행한다"고 밝힌다.

◇치료=치료는 발작 횟수,야간 증상, 폐기능 등에 따라 1∼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다른 치료를 받게 된다. 예컨대 천식증상이 1주일에 한두번, 밤에 증상 때문에 깨는 일이 한두번이면서 폐기능이 정상인 1단계 환자는 증상이 나타날 때만 기관지를 확장시켜주는 응급 흡입제만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증상이 매주 2∼6번 나타나고 야간 증상도 매달 2∼4번 나타나는 2단계 이후 환자부터는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항염제(抗炎劑)를 규칙적으로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즉 천식도 당뇨·고혈압처럼 '장기관리가 필요한 만성병'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현재 가장 효과가 있는 항염제는 스테로이드 제제다. 하지만 먹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오래 쓰면 고혈압·백내장·골다공증·비만·털 빠짐·면역기능 감소 등 여러가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조교수는 "흡입성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면 기관지에만 직접 작용해 이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먹는 알약에 익숙한데다 흡입제는 흡입 방법을 제대로 익혀야 효과를 본다는 점이다.

즉 복약지도가 각별히 강조되는 약인데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데 익숙지 않은 노인환자들이 사용을 꺼려 국내 흡입성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률은 아시아 중에서도 최하위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천식이 의심되는 증상들

1.밤에 기침이나 가랑거리는 숨소리가 자꾸 반복해서 들린다.

2.추운 날, 바람 많이 부는 날 가슴이 답답하고 가랑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3.감기를 앓고 나서 한 달 이상 기침이 난다.

4.자다가 심한 기침을 하거나 숨이 차서 깬 적이 있다.

5.운동 중에 숨이 차거나 기침이 심하고 남보다 오래 간다.

6.담배연기·매연·연탄가스 등을 맡고 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

7.감기약을 먹고 나서 숨이 가빠져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다.

8.직장에 출근하면 차츰 숨이 차다가 휴가 중에는 괜찮아진다.

9.집안에 천식이나 비염환자 가족력이 있으면서 종종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자료:서울대의대 알레르기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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