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비난… 논쟁… 들끓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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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탈당-비난-철새논쟁-후보단일화 논란-다섯차례의 기자회견. 4일 민주당은 어수선했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어찌보면 3김(金)이 떠난 직후의 필연적 혼란상"이라고 말했다.

4일엔 11명의 의원이 당을 떠났다. 총재권한대행·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배(金令培), 사무총장·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원길(金元吉), 중소기업특위위원장(장관급)을 지낸 박상규(朴尙奎)의원 등이 포함됐다. 몇개월간 예고돼온 민주당의 분당(分黨)사태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탈당선언문에서 "우리의 후보단일화 노력은 한때 당내에서 진의를 왜곡당하고 배척당했다"며 "이제 우리의 소망대로 단일화를 수용하는 새 국면이 된 만큼 공정한 (정몽준-노무현의)경선 준비를 위해 탈당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생활만 45년이라고 자랑해온 이윤수(李允洙)의원은 "에이 후련해"라고 했다. 최선영(崔善榮)의원은 "우리는 철새가 아니다"고 했다. "철새는 날아갔다 다시 오지만 우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설송웅 의원은 "9일까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 국회 내에 사무실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탈당의원들은 곧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후보단일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이미 한나라당과 선을 대고 있으며, 후보단일화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라 얼마나 행동에 통일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내에 '친노(親盧)''반노(反盧)'란 단어가 등장한 이래 당을 떠난 사람은 17명이다. 이제 96명이 남았다. 2000년 총선 당시 민주당 당선자 숫자는 1백15명(지역구 96, 전국구 19)이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8일께 추가 탈당이 이어지면 원내 3분의 1선(91석)이 붕괴할 수도 있다.

노무현 후보 측의 선대위는 탈당행렬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은 "盧후보가 이미 단일화 경선을 제안한 마당에 '단일화를 위한 탈당'이란 주장은 명분이 없으며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비난했다. 유용태(劉容泰)사무총장 탈당설이 나오자 조순형(趙舜衡)선대위원장은 "현직 총장의 탈당은 정당사의 신기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盧후보는 이날 대구지역 토론회에서 "(탈당 의원들이 말하는)후보단일화는 명분일 뿐이며 속뜻은 따로 있다"며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당에서 영향력이 커지면 자기들 설 땅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나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盧후보는 "탈당한 의원들이 조금 있으면 이당 저당 흩어져 갈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고름은 살이 될 수 없다"(李宗相부대변인), "후보단일화라면 당내에서 힘을 모으는 게 당연하다"(李洛淵대변인)는 선대위의 응수가 이어졌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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