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문제, 목사가 미국 가서 얘기할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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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진보성향 기독교계의 원로 박상증(사진·80·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목사가 4대강 문제,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한 종교인의 과도한 사회참여를 비판했다. 보수성향의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나눈 대담에서다. 대담은 인터넷 웹진 ‘대화와 소통’ 2호에 실렸다.

박 목사는 4대강 문제에 대해 “대정권 투쟁같이 보인다. 정권 타도가 목적이 아니잖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옛날 군사정권이고 유신체제라면 또 다른데 합법적으로 어느 정도 민주화 돼가는 큰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봤을 때 프로세스(과정)이다. 프로세스 속에서 야당도 있고 여당도 있고 하는 것인데 교회가 정당정치에 휘말려 들어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산 증인이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통합을 추진하는 에큐메니칼은 국내에서 진보적 신앙운동으로 여겨진다. 그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간사, 세계교회협의회(WCC) 간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했고, 90년대 이후 진보적 시민운동단체인 참여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 목사는 시민운동과 친북활동의 경계선을 그었다. “천안함 사건 관련 일부 목사 등이 미국에 갔다는데, 미국에 그들이 가서 얘기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은 내가 미국에서 민주화운동 할 때 같이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입니다. 친북파이니까요. (…)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김정일하고는 친한데 소위 보수정당 이명박 정권은 타도해야 할 정권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런 식인 시민운동은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동승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선 “촛불이 반미·반정부 행동의 상징이 되는 것에 어떤 모순을 본다”며 “내가 소년기에 겪었던, 남한단독정부 부정을 앞세우며 북한정부수립을 위한 비밀선거에 동참을 강요하던 세력과 촛불시위에 비추어진 소위 선거부정의 정서에 어떤 역사적 연결고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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