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국방]原電·초음파기기 무기서 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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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4면

냉전시대이던 1959년. 미국 국방부는 당시 소련의 공격으로 통신망의 일부가 파괴돼도 정보 소통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10년의 연구 끝에 이런 기능을 갖춘 '아르파넷'을 완성했다.

시간이 흘러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대학들이 학술정보망을 만들었고, 나아가 기업체 연구소·기업·가정까지 연결됐다. 지금의 인터넷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터넷처럼 군사적 목적에서 개발됐지만 결과적으로 인류의 삶에 이바지하고 있는 과학기술들이 많다.

원자력 발전의 아이디어도 가공할 무기인 '원자폭탄'에서 유래한 것. 무거운 원자핵이 깨어지며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전쟁에 이용한 것이 원자폭탄이고, 똑같은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게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폭탄은 미국이 먼저 만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했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54년 6월 소련이 세계 최초로 세웠다. 그러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를 만든 것은 57년 미국에서였다.

어떤 물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전파를 통해 물체의 위치와 크기, 모양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는 오늘날 여객기와 선박에 없어서는 안되는 장치다.

이 레이더는 영국이 개발해 38년 방공망을 건설하는데 이용했다. 섬나라인 영국은 적 비행기의 출현을 일찌감치 알아내는 것이 안보에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레이더와 비슷한, 잠수함 탐지 기술인 '초음파 탐지기'도 지금은 선박의 어군탐지기는 물론 각종 의료기기에서의 초음파 검사 등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민간에서 출발했지만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다가 군사적 목적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지며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한 과학기술들도 있다.

반도체 시대를 연 트랜지스터가 대표적이다. 48년 처음 나온 트랜지스터는 작고 가벼우면서 속도가 빨라 진공관을 대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한동안 진공관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미 국방부였다. 국방부는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전기·전자기기를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전투기에 여러 가지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고 여기고, 트랜지스터 전자회로 연구에 많은 투자를 했다. 덕택에 트랜지스터를 싼 값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진공관은 반도체에 바통을 넘겨 줬다.

1898년 러시아의 과학자 치올코프스키는 우주공간을 탐구하기 위해 '로켓'이라는 것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로켓은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더 무거운 폭탄을 더 멀리 보내려는 목적에서 점점 성능이 개선돼 오늘날에는 진짜로 인류를 우주에 보내는 데 이용하게 됐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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