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用 반죽 장난감 '겟 쿠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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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찰흙이나 밀가루 반죽으로 각종 모양을 만드는 놀이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놀이를 지켜보노라면 가끔씩 질겁할 때도 있다. 반죽으로 만든 것을 자꾸 입으로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반죽놀이 제품은 식용이 아니다. 대부분 인공색소와 쉽게 굳지 않도록 하는 첨가제 등을 넣었다. 이런 화학물질을 넣지 않았더라도 생(生)밀가루 반죽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 십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반고흐 키친'사는 여기에 착안해 '겟 쿠키'(Get Kookie)라는 구워서 먹을 수 있는 밀가루 반죽놀이 제품을 만들었다. 창업자인 질 시프(32)는 교사 출신 주부.

어느날 아이들에게 쿠키를 구워주려고 만든 밀가루 반죽 위에 포도주스를 떨어뜨렸다. 못 먹겠다 싶어 자신의 아들에게 장난감으로 줬는데, 잠시 후에 그 아들은 인형 모양을 만들어 와서는 구워달라고 졸랐다.

아이는 "구워야 오래 둘 수도 있고, 쿠키처럼 먹을 수도 있지 않으냐"는 그럴듯한 이유를 댔다.

시프는 어차피 쿠키용 반죽으로 만든 것이라 '몸에 해롭지는 않겠다고 생각해 오븐에 그 인형반죽을 집어넣다가 불현듯 "이걸 상품화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날 마케팅·홍보대행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던 이웃 친구 수전 파사로(36)에게 달려갔다.

둘은 아이디어를 교환한 끝에 '형형색색의 밀가루 반죽을 갖고 놀 수도 있고, 이를 오븐에 넣어 구우면 맛있는 쿠키도 되는 제품'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밀가루 반죽에 설탕과 소량의 지방, 그리고 식용색소를 넣었다. 냉장 기간에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유는 넣지 않았다. 쉽게 말라서 갈라지지 않도록 하는 유연제나 보습제도 천연 재료로 골랐고 방부제 등 화학물질은 전혀 넣지 않았다.

시프는 교사로서 아이들의 놀이용 교재를 많이 접해본 경험을 되살려 색깔선정과 디자인 작업을 맡았으며, 파사로는 상품명 개발·특허 등록·영업 등 마케팅 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 2000년 5월 첫 제품이 나오자 주문이 쏟아져 1년 만에 75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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