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유 무상급식’ 70년 만에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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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돼 70년간 지속돼 온 영국의 무상 급유(給乳) 전통이 깨질 전망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영국의 심각한 재정적자 탓이다. 영국 정부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과 정년퇴직 시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BBC방송은 7일(현지시간) 앤 밀턴 보건청장이 스코틀랜드 등의 지방정부 당국자에게 무상 급유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탁아소·놀이방 등 5세 이하 어린이가 함께 생활하는 모든 곳에 우유 값을 제공하고 있다.

공문에는 “올해의 급유 비용이 잉글랜드 지방에서만 5000만 파운드(약 925억원)에 달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제도”라는 내용이 담겼다. 밀턴은 무상 급유 대신 내년 4월부터 4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 ‘건강한 출발’이라는 이름의 상품구입권을 주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처칠 전 총리는 2차 대전 중이던 1940년 “어린이에게 우유를 많이 먹이는 것은 국가의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주장하며 무상 급유 제도를 도입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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