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개발 위기에 주변 부동산시장 충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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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자 간 협상 실패로 무산 위기를 맞자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개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호재로 내세워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청약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 마련 협상이 결렬된 6일 이후 중개업소들엔 불안한 주인들의 문의전화가 줄을 이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가격 폭락이 우려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지를 묻는 전화다.

이촌동 L공인 관계자는 “사업이 갈수록 꼬이자 주인들이 싸게 팔고 나가는 게 나은지,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두고 봐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업 대상지 안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매물로 내놓더라도 매수자를 찾기 힘들어서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자는 “국제업무지구의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뭐라고 상담할지 갑갑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용산 지역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용산은 사업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55.4% 오르며 상승률이 서울 전체 평균(35.1%)의 1.6배에 달했다. 그러다 사업이 흔들린 올 들어서는 지난달 말까지 서울 평균(-0.5%)보다 많은 0.8% 내렸다.

올해 초 시세가 9억5000만원이던 한강로3가 우림필유 105㎡형(이하 공급면적)이 9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도원동 도원삼성래미안 108㎡형도 올 들어 5000만원가량 빠진 5억~6억3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상담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사업이 계속 진행될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에 매수세 위축으로 집값은 당분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부터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변에 1000여 가구를 분양키로 했던 건설업체들은 일정 재검토에 나섰다. 지난달 초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이 42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 지역으로 꼽힌 용산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협상 결렬로 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상지 제외를 요구해 온 서부이촌동 일부 주민은 지난 7일 용산구 이촌동 대림아파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통합개발 방침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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