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검찰 "이익치씨 모를 리 없어" 증권 관계자 "鄭후보도 알았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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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1998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로 정몽준 후보를 지목한 데 대해 당시 이 사건 조사·수사를 맡았던 금융감독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금감원 조사2국장이었던 금융감독위원회 박태희 조사기획과장은 "돈줄은 현대상선과 중공업이었지만 큰 그림은 현대증권이 그린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이 사건의 주범은 李전회장"이라고 못박았다.

당시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현대증권의 몇몇 핵심 관계자들이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李전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창구를 통해 현대전자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이 지나치게 거칠었다"며 "하루 1백차례가 넘는 매수 주문을 낼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수사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한 검찰 간부는 "李전회장을 구속할 때 청와대 등 고위층으로부터 선처 부탁이 많았으나 鄭후보에 대한 민원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봐도 李전회장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의 다른 관계자들도 "정주영 명예회장이 수사 대상에 오르지도 않은 鄭후보 보호를 위해 李전회장에게 부탁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계열사 주식을 1천8백억원어치나 샀기 때문에, 대주주인 鄭후보가 이를 주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은 있다"는 반응도 일부 나온다.

사건 당시 참여연대는 이런 점을 들어 鄭후보 등 鄭씨 일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었다.

검찰은 그러나 "鄭후보의 경우 대주주라 해도 의사결정라인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없고, 실제 鄭후보가 개입한 흔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희성·조강수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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