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이후 檢·檢 갈등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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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25일 '근거·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가 미흡하다는 일부 반발이 있지만 이른바 병풍(兵風)의 뿌리가 무혐의로 마무리됨에 따라 명예훼손 등 20여건의 가지 사건 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업씨의 고발에다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가세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던 병풍이 모두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니 허망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물증과 증인이 많다던 호언장담이 모두 빈말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였단 말인가. 온 국민을 속인 잘못도 용서할 수 없거니와 그동안의 혼란과 국력 낭비를 생각하면 정말 한심하다. 당사자들은 편파수사니 줄서기 수사니 하며 책임전가에 급급하지 말고 반성의 자세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병풍은 사회 불신 풍조라는 부작용뿐만 아니라 몇가지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우선 수사팀 내부의 검검(檢檢) 갈등 표출이다. 수사 과정에서 이견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외부에 이를 공공연하게 드러낸다면 검찰 불신을 자초하는 '누워 침뱉기'밖에 안된다. 마치 정파적 이해에 따라 편가르기로 충돌하는 듯한 모습이나, 부장검사가 언론에 밝힌 참고인 진술 내용을 곧바로 차장검사가 달리 해명하는 모습은 상명하복이나 검사동일체의 원칙 차원을 넘어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가를 잘 보여줬다.

정치권의 분별없는 정치공세도 문제다. 병풍을 둘러싼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과열 공방이나 번갈아 가며 검찰총장을 찾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수사하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었다. 두 정당 모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온 법조 출신 의원들이 검찰총장 방문을 주도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다시는 병풍 같은 허풍에 온 나라가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병풍의 엄중한 마무리가 중요하다. 명예훼손 사건 등의 엄정한 처리로 일벌백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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