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회복세 본궤도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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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존 테일러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미국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펼쳤다.

미국 경제가 생산성 증가와 고용안정 등에 힘입어 앞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자신한다는 것이다. 테일러 차관은 24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미국의 생산성이 지난해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부터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선 생산성 증가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2∼2.5% 늘어나고 고용안정에 따른 GDP 증가 효과도 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직 재무부 차관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관론에 대해선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속도가 1970∼80년대의 두배 수준에 이르고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정책 당국이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재무부가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펴고 FRB가 금리를 대폭 인하한 것이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11테러에도 불구하고 GDP가 1분기부터 3분기까지 0.6% 감소하는 데 그친 것도 정책적인 대응이 잘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50년대 이후 수차례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 GDP가 평균 2.3% 감소한 것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테일러 차관은 "현재 상황은 과거의 경제위기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에서 주택과 소비에 대한 의존도가 컸지만 최근에는 투자와 소비심리가 다같이 회복되고 있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2분기 설비투자가 7분기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고 주문과 출하량이 3분기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분기별 GDP 성장률은 등락을 보이고 있으나 견실한 기반 위에서 경제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는 걸프전을 예로 들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불안감이 많았지만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에는 미국 경제는 10년 호황을 누렸다는 것이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전쟁이 끝나면 커다란 불확실성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의 투자는 계속될 것이고 FRB가 디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기회가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싱가포르가 조만간 FTA를 체결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테일러 차관은

1946년생으로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린스턴대·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국제담당 차관에 지명된 뒤 상원의 인준을 거쳐 같은 해 6월부터 현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은퇴할 경우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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