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시가 급등 실거래가 주춤 양도세 절세 방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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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34평형 아파트를 팔려는 金모(47)씨는 양도소득세 신고 문제로 고민한다. 기준시가가 많이 올라 실제 사고 팔 때의 가격 차이보다 기준시가에 따른 차액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세는 지난해 10월 4억5천만원에서 현재 5억5천만원으로 1억원 오른 반면, 살 때 2억2천8백만원이던 기준시가가 4억1천6백만원으로 조정돼 그 차이가 1억8천8백만원이다.

金씨는 세무전문가에 의뢰, 양도세를 계산해본 결과 실거래가로 신고하면 1천8백만원이지만 기준시가를 적용할 경우 5천2백여만원이나 돼 결국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기로 했다.

기준시가가 올들어 두 차례 대폭 오르고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거래가보다 기준시가 인상폭이 큰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를 사고 팔 때의 차액에 대한 세금인 양도세 신고를 두고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 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에는 기준시가가 시세 상승률에 못 미쳐 기준시가로 세금을 납부하는 게 유리했으나 기준시가가 수시로 오르는 상황에서는 꼼꼼히 따져 봐야 절세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시세보다 더 오른 기준시가=지난 4월과 9월 기준시가가 많이 오른 지역에서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시가가 지난 4월 평균 47.4% 오른 데 이어 9월 또 다시 22.5% 인상돼 시세의 70% 선에서 90% 정도로 조정된 서울 강남권에서 기준시가 인상률이 시세를 초월한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준시가는 크게 오른 반면 이 달 들어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시세 차익이 기준시가 변동폭 이하로 떨어졌다. 올 들어 기준시가가 조정된 지난 4월 이전에 구입한 아파트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프 참조>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31평형의 경우 시세는 올해 초 3억원에서 지난달 말 4억5천만원으로 1억5천만원 올랐으나 기준시가는 무려 1억5천7백50만원이나 인상됐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값이 3천만∼4천만원 빠지면서 시세차익이 기준시가에 따른 차액보다 적어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럭키공인 오미숙 사장은 "시세가 급등했다가 한창 떨어지고 있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朴모(57)씨는 "올해 초 송파구에 있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 20평형을 샀다가 1가구3주택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 팔려고 보니 기준시가는 2억여원 올랐는데 가격은 1억7천만원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朴씨의 양도세는 기준시가 기준으로 5천9백여만원, 실거래가를 반영하면 4천6백여만원이다.

◇실거래가 낮춘 '불법'신고=세무사·부동산중개소 등에 따르면 기준시가가 많이 오르자 세금 부담을 줄이려 실거래가를 기준시가보다 약간 높게 작성해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신고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姜모(68)씨는 지난해 6월 2억9천만원에 구입한 서울 서초구 A아파트 32평형을 최근 4억7천만원에 팔았다. 기준시가가 1억6천5백만원에서 3억1백만원으로 뛰어 기준시가 차액을 기준으로 한 양도세는 3천5백만원이다.

이에 姜씨는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실거래가를 기준시가보다 조금 높은 3억5천만원으로 작성해 9백여만원의 양도세를 냈다.

그러나 이 같은 불법 신고납부는 세무당국에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세청에서 시세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데다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세금을 납부한 같은 아파트의 가격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신고 불성실자로 차액과 함께 연 18.25%에 달하는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거래한 것에 대해 내년 5월 확정신고 후 1∼3년 뒤에 적지 않은 액수의 가산세가 나오므로 실거래가를 속여 세금을 내다간 큰 코 다치기 쉽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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