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공상과학소설 있다 인공지능 로봇 등 등장 '박사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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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11월호에 북한의 공상 과학소설이 소개됐다. 소설은 리철만이 쓴 '박사의 희망'으로 북한의 『청년문학』 2002년 8월호에 실린 것을 옮겨 실은 것이다. '과학 환상단편소설'이라는 명칭 아래 쓰인 이 소설은 북한 문학에서 보기 드물게 첨단과학을 소재로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소설은 북한의 '전국 군중문학 현상공모'에서 1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는 1980년대 이래 사회주의 현실주제 문학의 주요한 관심 가운데 하나인 과학적 실리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소설은 북한의 뛰어난 젊은 과학자 김대혁이 과학을 이용해 돈만 벌려고 하는 '늦잡기 구락부'의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소설 속 '늦잡기 구락부'란 '오늘 못다하면 내일 하자'라는 구호 아래 모든 일을 늦게 하는 사람들의 단체로 "난도 높은 정신적 부담에서 인류를 구원한다는 미명하에 창립됐다"고 설명된다.

이 단체는 전세계 로봇대축전에 참가한 김대혁을 납치해 로봇에게 선과 악의 개념을 불어넣는 그의 지식을 상품화하려는 음모를 품었던 것이다.

소설에는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을 '3더불유'라 하며 '지구를 거미줄처럼 뒤덮은 통신 체계망'이라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초대형 액정TV·인공 음성장치 등의 기술을 미래의 환경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달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인터넷과 휴대통신을 접해보지 못해서인듯 때로 요즘도 구현 가능한 기술들이 미래의 것으로 서술되고 있다.

경희대 김종회(국문학) 교수는 "북한 소설의 이러한 면모는 소설의 전반에 걸쳐 이념적 도식성이나 개인 및 체제에 대한 숭배를 강요하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근래 북한문학의 변화, 곧 작지만 큰 변화를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라고 평가했다.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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