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진정한 정치인 존 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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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좌)가 10일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에서 이스라엘을 방문중인 존 케리 전(前)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민들과 외국인들이 가득 찬 이집트 카이로의 칸 칼릴리 전통시장.이곳에서 키가 큰 한 미국인이 일반 서양 관광객인양 돌아나닌다.카페트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거실용 중동의 카페트를 산다.

카페트 가게에는 다른 현지인들도 여럿있고 기자도 같이 있었지만 몇 안되는 경호원은 저지하지도 않는다.대규모 수행원과 경호원도 없다.단지 부인과 몇몇 수행원 그리고 이집트에서 제공한 경호원 서너명이 고작이다.존 케리 미 상원의원(메사추세츠)을 잘 모르는 이집트 서민들은 그가 누군지도 모를판이다.

얼굴에 가득한 미소를 담고 있는 케리 상원의원은 한국의 특파원이라고 기자를 소개하자 "고생이 많겠다"고 격려한다."중동에 와보니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친절한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답했다."앞으로 계속 도전할 것인가"에 그는 "그럴 것(I will)"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공식절차를 밟지 않은 인터뷰를 더이상 할 수없다"고 말하면서도 기념촬영은 기꺼이 응했다.

미 대통령 선거 후보에서 다시 상원의원으로 돌아온 존 케리.그는 대선 기간 중 행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낙선 이후에도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방문해 '진정한' 정치인임을 과시했다.그는 5일 "이라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선거기간 중 조지 W. 부시의 이라크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지만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 이라크까지 방문했다.그는 이후에도 시리아.요르단들 방문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까지 들러서 현 중동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그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그는 이집트까지의 약 10여일이 넘는 중동방문기간 중 각국 지도자 및 인사들과 만났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을 한 번도 비방한 적이 없었다.부시를 선택한 국민들의 민심을 철저히 존중하는 자세다.

오히려 미 행정부의 대 중동정책에 도움이 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시리아를 방문해서는 이라크에 테러세력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마지막 방문지인 이집트에서는 외무장관을 만나 중동현안에 대해 토의하면서 이.팔분쟁 해결을 위한 이집트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강조했다.더욱이 12일에는 이슬람권 수니파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알아즈하르 셰이크를 만나 "이라크 수니파는 총선에 참여해야 한다"라는 종교적 해석도 이끌어냈다.

선거에 패배해도 상대편 흠잡기에만 몰두하는 한국정치판하고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카이로=서정민<특파원amir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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