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완 '소리없는 금빛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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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채경완 선수(中)가 200m에서 우승한 직후 태극기를 감고 2, 3위 선수들과 트랙을 돌고 있다.[한국농아인협회 제공]

세계에서 가장 빠른 청각장애인.

청각장애 2급인 채경완(27.인천시청)선수가 제20회 농아인올림픽(Deaflympic.호주 멜버른) 남자 육상 100m와 200m를 휩쓸었다. 보청기를 끼어도 모기소리만하게 들리는 출발 총성을 듣고 달리는 그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200m 결승에서 21초26의 기록으로 이탈리아의 오즈멜(21초40)을 제쳤다. 2001년 로마 대회에 이은 200m 2연패다. 지난 7일 100m 결승에서도 10초86으로 결승선을 통과, 역시 오즈멜(11초12)을 따돌렸다. 2관왕이 된 채경완은 12일 400m와 1600m 릴레이 결승에도 출전했다.

채경완이 결승에서 세운 200m 기록은 지난해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한 국내 육상대회 통산 3위(1위 21초17, 2위 21초18)에 해당한다. 100m 기록도 지난해 통산 13위(10초87)다. 채경완은 지난해 실업대항 육상선수권에서 일반 선수와 겨뤄 3위(10초95)에 입상하기도 했다.

인천시청 오진규 코치는 채경완에 대해 "보청기를 끼어도 출발 총성에 반응하는 속도가 늦어 스타트에서 손해를 많이 본다. 그렇지만 주법이 폭발적이라 막판 스퍼트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농아인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며 1960년에 시작한 장애인올림픽보다 훨씬 앞서 24년에 시작됐다. 92개국 3600여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 5, 은 1, 동 1개로 종합 4위를 달리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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