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석의 북·중 경제돋보기] (2) 동북 4성론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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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일부로 만든다는 동북 4성론. 21세기 북·중 관계를 연구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용어이지요. 중국 만주 일대의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3개의 성(省)을 합쳐 부르는 동북 3성에 북한이 ‘막내’로 편입돼 결국 동북 4성이 된다는 내용이지요. 동북 4성론은 중국이 2004년 ‘동북진흥계획’을 발표하면서 제기됐지요.
‘동북노후공업지역진흥계획’으로도 불리는 이 계획은 낙후지역으로 전락한 동북 3성을 첨단산업지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후진타오가 장쩌민의 ‘서부대개발’에 이어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동북 3성을 정부차원에서 발전시키고자 만든 계획이지요.

그런데 북한이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동북진흥계획’ 은 한국 학계에서 동북 4성론으로 불거졌지요. 중국이 북한 지하자원 개발 프로젝트의 70%를 추진하고, 북한 교역액의 73% (2008년 기준, KOTRA 자료)를 차지하는 등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자 동북 4성론은 탄력을 받았지요.

중국학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얘기라고 맞서지요. 그 이유로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북한은 유엔의 제재로 중국 외의 다른 국가와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을 뿐, 엄연한 주권 국가로서 중국의 지배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둘째,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북한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인프라· 법적 보장· 경제적 효과를 따지면 북한은 아직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지요. 셋째, 북한이 지하자원을 중국과 함께 개발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지요. 중국도 개혁·개방 초기에는 지하자원을 외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듯이, 북한도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우선 지하자원을 팔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중국학자들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동북 4성론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지요. 중국은 ‘동북진흥계획’ 발표 이후 2009년 두만강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門))개발개방 선도구 사업’을 추가로 발표하지요. 이 사업은 2020년까지 창춘-지린-투먼 일대 3만㎡를 동북아 물류의 전진 기지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두만강 유역 개발로 북한의 나진항으로 진출해 동해 항로 개척과 한국· 북한· 러시아· 일본 등과의 교역 확대를 통해 해상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담겨 있지요.

‘창지투 개발개방 선도구 사업’의 발표로 잠잠했던 동북 4성론이 다시 불거졌지요. 여기에 중국이 30억 위안을 투자할 예정인 훈춘-나진 고속도로(93㎞), 나진항에 건설 계획인 국제 물류 기지 프로젝트, 신압록강 대교(단둥의 랑터우항~남신의주)건설, 압록강의 섬 위화도 개발 등 중국의 야심을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속속 나왔지요.

한때 ‘동북 4성론이냐’, 북한· 중국의 ‘동반 성장론이냐’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이 문제는 결국 ‘동북 4성론’으로 판정이 났지요. 학자들 사이에 벌이는 논(論)이기 때문에 진실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저의 생각에) 2010년 북한 사정을 보면 중국은 북한을 동북 4성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 김정일의 건강 문제, 불안한 북한 경제 등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국의 국경에 불안한 요소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요? 이 문제는 여러분과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질문입니다. 먼저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면, 중국은 북한의 핵시설을 차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유사시 한반도의 주도권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 미국에게 이를 놓치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없어집니다. 따라서 중국은 압록강 국경지역에 선양(沈陽)군구의 군대를 전진 배치해 두었지요. 북한이 이를 모르지는 않지요. 그래서 핵시설과 관련된 정보는 중국과 일체 교환하지 않지요.

동북진흥계획은 처음에 동북지역의 노후공업지역을 개선한다는 계획으로 출발했지만, 6년이 흐른 지금은 북한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명분은 그동안 추진한 사업들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2009년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중국의 나진항 진출과 관련한 공동 개발에 합의했지요. 중국이 준비한 계획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지요. 나진항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동북 4성론이란 말은 다소 공격적인 표현이지만, 중국의 감춰진 야심을 표현한 말입니다. 중국은 절대로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요.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고, 괜히 북한을 자극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한국입니다. 한반도의 장래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그러나 만일 진정으로 후손들에게 통일 한국을 물려줄 생각이라면, 한번 따져 보았으면 합니다.

☞고수석 기자는 중앙일보 사회부・ 전국부를 거쳐 통일문화연구소에서 북한 관련 취재를 했다.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차장. 고려대에서 ‘북한・ 중국 동맹의 변천과정과 위기의 동학’ 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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