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살리기 더 늦출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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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지방을 이대로 둘 것인가. 중앙일보가 연재 중인 기획 시리즈 '지방을 살리자-지방자치 11년 성적표'는 사회·경제·문화·교육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공동화(空洞化)현상이 이제 방치할 수준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열명 중 여덟명은 "지방에 있으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고, "평소 서울로 이사할 생각을 자주한다"는 사람도 열명 중 세명꼴이다. 그 이유는 교육 여건, 경제적 여유, 생활의 편리함, 문화적 혜택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은 인구의 47%를 빨아들인 공룡으로 변했고, 지방은 거대한 경로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지방이 행정·재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채 '무늬만 자치'로 중앙정부에 예속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중앙업무 지방 이양도 대상 1만2천여개 가운데 1%도 안되는 1백11개 업무만 겨우 지방에 넘긴 것을 보아도 실상이 짐작된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해마다 뒷걸음질쳐 54.6%에 머물며 지방세를 거둬 공무원 인건비도 못 주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재정으로 삶의 질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지방 발전을 앞서서 이끌어야 할 대구·부산·대전·광주 등 광역시의 경제가 수렁에 빠져 지역 발전의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수도권과 지방의 입장 대립으로 지방정책이 표류해 왔다. 게다가 최근 대선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난무하는 여러 가지 지방 발전 공약들은 지방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지방 살리기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사는 길을 찾는 국가적 개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대증요법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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