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연맹 食言… 망신살 덩크슛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국농구연맹(KBL)이 잇따른 식언(食言)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우승하면 핵폭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선수들을 격려하는 회식 자리에서 KBL 김영기 부총재는 "축구선수들이 월드컵 4강으로 3억원짜리 대박을 맞았다면 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할 경우 KBL은 '핵폭탄'을 터뜨리겠다"고 말했다.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 핵폭탄을 터뜨릴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듯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우승했고, 선수들은 핵폭발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 KBL은 "포상금은 주겠지만 선수들 기대만큼은 어렵고, 쩨쩨하지 않은 정도가 될 것"이라며 부총재의 발언을 급히 주워담고 있다. 월드컵 4강과 아시안게임 우승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는 등 스스로 우승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기도 하다.

◇"KBL의 존폐를 걸고"

지난 8월 모 방송 뉴스에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농구 관계자의 진술이 보도되자 KBL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위여부를 밝히겠다''외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두차례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시즌을 열흘 앞둔 16일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8월 초까지만 해도 "자문 변호사와 상의해 조만간 서울지검 특수부에 고발하겠다"던 박효원 사무국장은 "고발한다고 했지 검찰에 고발한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을 뒤집었다.

◇"농구계 불법을 발본색원"

지난 7월 스타 선수들의 뒷거래·사전접촉·불법 계약금 의혹이 봇물처럼 터지자 KBL은 농구계 불법을 일소하겠다며 재정위원회를 열었다. 이번만은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며 멋지게 칼을 뺐지만 "아직 조사 중"이라는 대답을 3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한 농구 관계자는 "일단 큰소리부터 쳐놓고 나중에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게 버릇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