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유료부수 공개 검증·산정 방식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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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8일 한국 ABC협회(회장 최종률)는 중앙·조선·동아일보 등 주요 종합 일간지 세곳의 발행 부수를 인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 2백12만부, 조선 2백42만부, 동아 2백만부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는 ABC제도의 정착에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공사(公査)는 신문사·잡지사가 직접 보고한 발행 부수나 유료 판매 부수를 협회가 자체적으로 혹은 공인회계사 등 외부에 의뢰해 객관적으로 검증, 이를 공개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ABC제도의 취지는 발행 부수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해 공개함으로써 광고주와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자는 것이다. 특히 신문에 광고를 싣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광고 요금을 책정해 제시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자는 취지도 강하다.

독자들에게 자신들이 보는 신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이다.

이같은 취지에 맞추자면 총 발행 부수뿐만 아니라 유료 판매 부수까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협회는 중앙과 동아의 유료 부수 공개를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두 신문사가 현행 유료 부수 검증 및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공개 유예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두 신문사는 새로운 검증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우리는 ▶조사를 받는 지국을 공개하고▶지금처럼 1년 전 시점에서 지국 독자를 조사하는 것은 시의성이 떨어지며▶조사 2주 전에 지국에 미리 통보하는 것은 부수 부풀리기 등의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인증 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수와 장부 조작을 막고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 지국의 독자를 샘플링한 다음 직접 혹은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일단 검증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식을 도입한 다음 1년 뒤에 유가 부수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협회는 또 두 신문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협회로부터 유료 부수에 대한 인증까지 받았다. 그러나 인증받은 유료 부수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언론사별 사정과 의견 불일치에 따라 언론학계는 이번 공사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박사는 "유료 부수를 밝히지 않은 채 발행 부수만 공개하는 것은 지금처럼 자전거 등 경품을 통한 판촉 경쟁을 부추길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유료 부수에 대한 인증을 받은 조선일보의 경우 인증받은 발행 부수와 유료 부수의 격차가 심해 공정거래법·신문고시법 등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BC협회 관계자는 "이달 안에 회원사를 중심으로 공사추진활성화 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기준에 합의하도록 하겠다"며 "1년 후면 중앙·조선·동아 등 세 신문사의 유료 부수가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언론학자는 "인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처럼 공인회계사에게 의뢰하는 방안 또는 전문조사기관과 언론학계가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ABC공사제도는 미국·일본·독일 등 32개국이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35개 신문사가 ABC협회에 가입해 있지만 이번에 공사를 받은 신문사는 중앙·조선·동아뿐이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t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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