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신 前국방 일부 책임있다" 국방부 이례적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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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서해 교전 이전 북 도발 징후 정보 보고서 삭제 및 누락 파문과 관련, 김동신(金東信)전 국방부 장관이 삭제에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상명하복을 계율로 삼는 군이 비록 우회적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전임 장관의 정보 및 정책 판단을 문제삼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金 前장관이 영향 미쳤다"=이번 발표를 앞두고 특조단의 한 관계자는 "전임 장관님이 관여돼 있더라도 조사 결과를 가능한 범위에서 있는 그대로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곧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서는 마당에 책임 소재를 얼버무려 발표했을 경우 군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조단의 발표문에는 여전히 고심의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모든 가능성을 열거해 예하 부대에 혼선을 줄 수 있겠다. 정리해 다시 보고하라는 전임 장관의 지시는 결과적으로 북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의도 판단 중 ('단순 침범' 항목을 제외한) 2, 3 항을 삭제하고 재판단하도록 하는 '요인'이 됐다"는 문구 등이 그것이다.

특조단 최학수(崔學秀·육군 준장)부단장은 "6월 13일 이후의 정보본부 및 5679부대의 정보 판단에도 '이러한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도 "어떻게 확인했느냐"는 질문엔 "관련자 진술을 공개할 수 없다"며 버텼다.

이처럼 공식 발표에선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국방부는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보다 명확히 金전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특조단 조사에서 金전장관의 질책이 직접적으로 2,3항을 삭제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었음을 보여주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또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승광(金勝廣)특조단장은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의원이 "金전장관이 화를 내며 '작전에서 이미 단순 침범으로 판단했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보도했는데 모든 가능성을 가져오면 어쩌란 말이냐'고 해 정보융합처장이 이를 2개항에 대한 질책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렇게 생각된다"고 답변해 金전장관에게 책임이 있음을 보다 직접적으로 인정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휘관은 정보 판단에 사전 지침을 주지 않는 게 원칙인데 金전장관은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韓소장 주장은 과장됐다"=국감장에서 폭로 파문을 일으킨 한철용(韓哲鏞·소장)전 5679부대장의 주장은 과장됐다는 게 특조단의 또 다른 결론이다.

韓소장의 주장에 대해 진위를 조사한 특조단은 "5679부대가 중요 첩보를 보고 및 전파한 것은 사실이나 일부 중요 첩보는 처리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했으며, 특히 6월 27일 상황에 대해서도 '단순 침범'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며 韓소장을 징계위에 회부키로 한 것이다.

특조단의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韓소장은 "尹모 대령이 6월 27일자 5679부대 정보 보고서를 합참에 보고하면서 '단순 침범' 외에도 '의도된 침범'을 삽입하는 등 정보 지원에 문제가 없었는데도 징계위에 회부한 특조단의 결과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金전장관은 "정형진(丁亨鎭)정보융합처장이 아전인수격으로 오버센스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묵시적으로도 삭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면서 "조사단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쪽도 문제, 저쪽도 문제라는 식으로 결론낸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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