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 아웃소싱으로 체질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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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12일 오후 울산 현대하이스코 공장 정문 왼쪽의, 대형 강관을 생산하는 '롤밴더'와 '스파이어럴' 라인. 5천4백여평의 부지에 있던 생산 설비가 모두 뜯겨 나간 채 텅 비어 있다. 20여명의 직원은 새로운 라인을 설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간 생산량 11만t 규모인 이 라인은 지난 9월 철거돼 중소기업에 팔려 갔다. 이 설비가 있던 자리에는 2003년까지 업계에서 첨단 공법으로 각광받는 '하이드로 포밍'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이드로 포밍은 원형 강관 내부에 높은 압력을 가해 관을 넓혀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공법으로,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이 일반관의 4~5배 가치가 있다.

현대하이스코가 과감한 외주(아웃소싱) 등을 통해 일반 강관업체에서 고부가가치 철강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하이스코는 2000년부터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부 생산 라인을 중소기업에 아웃소싱 형태로 이양하고 있다. 이와 달리 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하이스코가 중소기업에 아웃소싱이나 매각을 통해 이양한 생산시설은 모두 12만6천t으로 2000년 당시 전체 강관 생산 규모(1백4만t)의 12.1%에 달한다. 스테인리스관·단열관 등 저임금 구조의 중소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범용 파이프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대신 자동차용 제품 등 신규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이러한 사업 합리화를 통해 매년 1백79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하이드로 포밍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지난해에는 연간 3만6천t 규모의 산업용 보일러관 설비를 증설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생산 규모는 2000년 초 1백4만t에서 올 9월 현재 95만t 규모로 줄어들었다. 강관업계 1위 업체가 특별히 자금난에 봉착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스스로 설비를 줄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울산공장장 진철수 전무는 "인건비가 높은 대기업이 생산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라인을 2000년부터 업계에서 처음으로 과감하게 중소기업에 이양했다"면서 "생산량에 집착하는 '최대의 기업'이 아니라 경쟁력을 따지는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의 효과로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2000년 BB+에서 2001년 BBB-, 올해는 BBB로 수직 상승하고 있으며 부채 비율은 2000년 1백60.6%에서 올해는 1백37.6%로 크게 줄었다. 이 회사는 올 매출이 1조5천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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