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희생 호주, 애도일 선포 배후 의심 印尼 JI "美 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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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쿠타 해변을 피로 물들인 폭탄테러 현장에는 사고 발생 사흘째를 맞은 14일에도 무너진 건물더미를 헤치고 숯덩이처럼 변한 시신을 발굴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무너진 사리클럽 주변 도로에 있다 타버린 차량 잔해 위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헌화가 놓이기 시작했다.

○…희생자가 가장 많은 호주는 14일을 국가 애도일로 선포하는 등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 날짜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1면에 '조국이 테러 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으며, 다른 일간지들도 "테러에 안전한 줄 알았던 호주가 제2의 9·11 사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도 "이번 사건은 호주판 9·11 테러"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거론되는 이슬람 극단세력 제마 이슬라미아(JI)를 이끌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 아부바카르 바시르는 13일 "이번 폭발사건은 국내인의 범행이 아니다"면서 "거대한 폭발력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소행임에 틀림없으며, 아마도 미국인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테러조직의 온상이라는 평소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벌인 공작이라는 것이다.

○…필리핀·말레이시아는 추가 테러 발생에 대비해 외국 관광객이 집중되는 관광지와 공항 등 공공시설에 대해 비상경계를 강화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14일 고위 보안관리들을 소집, 경찰과 군에 경계태세에 돌입할 것을 지시했다. 필리핀군은 지난 주말 이슬람 반군 아부 사야프와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인 모로 이슬람 민족해방전선(MILF)에 대한 작전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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