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한국에도 움트는 클러스터 :이천 도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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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도자기 산업에 시의 미래를 걸고 있습니다."

유승우 이천 시장은 도자기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지역경제를 살릴 묘약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천은 국내의 대표적인 도자기 집산지다.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도요장)만 3백42개다. 전시 판매장·도예 교실·재료상 등을 합치면 5백여개의 도자기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다. 인근 여주·광주까지 합치면 도요장만 9백여개로 전국(1천2백여개) 도요장의 3분의 2가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 도자기 집적지다. 클러스터로 발전할 환경은 갖춰져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천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1990년대 말부터 생산자와 대학을 묶어 클러스터 형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산학관 협력이 활발=이천시는 우선 시청에 도예계를 만들어 봄·가을로 도자기 축제와 세미나를 열고 있다. 지난해는 '이천 국제 도자기 엑스포'를 개최해 도자기 도시라는 인지도도 크게 높였다.

대학과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명지대 용인캠퍼스는 기술개발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는 디자인을 맡고 있다. 경기도가 대학 도예기술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면서 '관학(官學)협력'체제가 구축됐다.

경기도는 98년부터 명지대에 도자기 재료와 유약 개발 명목으로 연간 1억5천만원을 주었고, 올해부터는 지원금을 3억5천만원으로 늘렸다. 명지대도 연간 1억5천만원의 기금을 모아 도자기 기술부문에 투자하고 있으며, 도자기 기술센터도 설립했다.

산업대학원에 최고기술자과정을 개설해 인근 장인들의 재교육도 하고 있다. 명지대 이병하(세라믹공학과)교수는 아예 전공을 도자기로 바꾸고, 도자기 흙과 유약개발에 공학기술과 지식을 접목해 10만여종의 유약을 개발해 도요장에 기술을 전수했다. 공기가 순환하는 납골항아리, 재로 만든 유약을 이용한 생활자기 등의 히트작은 그 산물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李교수는 "이천 클러스터는 모든 면에서 걸음마 단계"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장인끼리 왕래하지 않는 폐쇄성(李교수)과 업체들의 영세성(경기개발연구원 이기영 박사)이 주로 꼽히고 있다. 이천 도자기 업체의 93%가 종업원 다섯명 이하에 자본금 5억원 이하다. 재료 등 기반산업이나 파생산업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중요한 도토를 공급하는 재료업체 중 자체 실험시설을 갖추고 안정적인 흙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 또 폐쇄적이다 보니 네트워크도 제대로 안된다. 사업·기술개발자금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영세성으로 인한 업계의 출혈 경쟁과 소극적인 디자인 투자 등이 이천 도자기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시도 도자기 클러스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천시 윤희문 산업복지국장은 "업체들이 마케팅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면서 "올해 말까지 시 차원에서 마케팅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중앙일보·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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