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부동산·증시대책>"당분간 부동산 시장 얼어붙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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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를 정조준한 강도 높은 대책이다."

11일 부동산 안정책을 두고 부동산업계는 "집값을 잡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모를 따지지 않고 시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강화하는 것은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 안정대책 중 가장 강도 높은 처방임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 매도 희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매매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집을 늘려가려는 실수요자에게도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세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무튼 이번 조치로 강남권의 40평형대 이상은 대부분이 양도세 중과세 사정권에 들어왔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이날 시세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6만5천6백81가구에 달했다.

이는 현행 고급주택 기준인 6억원 이상이면서 45평을 넘는 아파트(2만3백51가구)의 세배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만3천7백33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도 1천9백46가구, 부산 2가구 등 순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2만5천1백34가구)▶서초구(1만5천5백46가구)▶송파구(1만1천6백54가구)▶용산구(3천8백20가구)▶양천구(3천7백75가구)▶영등포구(2천32가구) 등의 순이었다.

강남구 대치동·도곡동의 경우 40평형대 아파트 가운데 90% 이상이 6억원을 넘는다. 32평형도 대치동 선경·미도·개포우성 등 20% 가량이 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은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의 약세를 점치면서도 강북권 등 반사이익을 누리는 아파트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우선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 특히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값의 약세장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억지로 수요를 줄이는 정책으로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구매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양도세가 올라간 만큼 매도를 자제해 매물이 귀해지거나 늘어난 세금부담만큼을 매수자에게 떠넘기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컨설턴트 정용현 사장은 "매수자들이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므로 거래가 확 줄어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정책의 효과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강남 진입장벽을 더 두껍게 함으로써 오히려 강남권을 특화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팀장은 "추석 이후 소강상태를 보인 아파트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매매가 6억원이 가격저항선이 될 수 있을 것이나 가격을 낮추는 다운(down)계약서가 크게 성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시가 6억5천만원짜리 45평형에 사는 주부 박모(43)씨는 "5년 이상 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1가구1주택자에게도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동산 과열을 잡는다는 이유로 선의의 중산층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분양시장도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 6억원 이상 고급주택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적극 청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실수요자가 아닌 다음에야 일단 지켜보자는 게 수요의 기본심리이기 때문에 거래·분양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지역 확대로 땅 수요도 당분간 줄어들 전망이다.

황성근·박원갑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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