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커지는 노벨상 로비설>"중상모략 더 못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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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과정에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청와대의 명예를 걸고 대처하겠다"면서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朴실장이 내세우는 첫째 반박 논리는 "노벨 평화상은 로비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朴실장은 "전에도 일부 정치권과 단체인사들이 노벨 평화상의 로비설을 수차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朴실장은 "노벨상 수상 당시에도 일부에서 반대시위를 하러 가겠다고 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바 있다"고 상기시킨 뒤 "또 다시 노벨상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있는 한국민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비난했다.

金대통령이 상을 받으러 갔을 때 노벨위원회 베르게 위원장이 "한국에서 金대통령에게 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역(逆)로비가 많이 있었는데 참으로 한국은 이상한 나라"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노벨위원회에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최규선(崔圭善)씨 개인이 임의로 만든 문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朴실장은 "당시 崔씨는 이미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한 개인이 무책임하게 작성한 문건을 확인하지도 않고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朴실장은 崔씨의 편지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崔씨가 '닥터 추라는 중국인 교수가 金대통령을 루스벨트 상에 추천한다'고 하길래 어떤 내용인지 문건으로 제출하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이것도 노벨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내외에게는 유명한 상이나 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사실 확인 차원에서 서면 제출을 요구한 뒤 대부분 사절하며 崔씨의 편지도 그런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는 게 朴실장의 해명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노벨 평화상 로비 공방이 계속될수록 金대통령의 국제적 체면이 깎인다는 사실 때문에 곤혹스런 표정이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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