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 부시의 복무경력 오보로 사퇴키로 한 CBS 간판 앵커 댄 레더.

한때 미국 방송을 대표했던 CBS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CBS는 1950년대에는 에드워드 머로, 60년대와 70년대에는 월터 크롱카이트라는 명앵커를 길러낸 곳이다. 방송 상업주의에 가장 덜 물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CBS의 레슬리 문베스 최고경영자는 10일 "지난해 9월 8일 방영된 '60분' 프로그램의 오보 논란과 관련해 담당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를 해고했으며 베치 웨스트 선임 부사장과 조슈 하워드 총 프로듀서, 메리 머피 부책임 프로듀서에게는 사임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도 3월 9일 퇴직하겠다는 입장을 지난해 말에 이미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CBS의 직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일부 직원은 다른 방송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왔던 CBS가 앞으로 5년 이내에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혼란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미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60분'프로그램의 보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방위군에 배치된 게 특혜였음을 보여주는 문건을 입수한 것이다.

CBS는 이 문건이 군 시절 부시의 상관이었던 제리 킬리언 중령이 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글씨체가 옛날 것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이 문건은 조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CBS의 요청에 따라 진상을 조사한 딕 손버그 전 법무장관과 루이스 보카디 전 AP통신 사장은 224쪽의 보고서를 내고 "특종을 하겠다는 근시안적 열정이 오보의 화근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오보를 밀어붙이게 된 데는 배경이 있다. 우선 '60분'의 담당 프로듀서인 메이프스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고문사건에 대한 특종을 한 유능한 인물이다. 또한 대표 앵커인 래더까지 가세했다.

CBS는 오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약속했지만 과연 예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