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신차 출시 앞두고 '구형' 떨이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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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금이 새 차를 싸게 사기 아주 좋은 때다. 현대.기아.GM대우.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올해 초부터 신형 모델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차 출시를 앞두고 졸지에 '구형'으로 떨어진 차들이 비교적 싼값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내수 진작을 위해 연말까지 시행키로 했던 특소세 인하정책이 오는 6월 말까지 연장됐다. 2000㏄ 이하 승용차는 특소세율이 4%로 종전보다 1%포인트, 2000㏄ 초과 승용차는 8%로 2%포인트 낮게 유지된다. GM대우는 이달 말까지 무이자 할부판매 행사를 하고 있다.

◆'구형'차 싸게 사기=르노삼성은 오는 25일 신형 SM5를 출시한다. 신형 SM5는 엔진부터 겉모양까지 구형과는 완전히 다르다.

구형은 닛산 맥시마와 플랫폼을 공유했지만 신형은 SM7과 같은 닛산 티아나의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은 1월 한 달 동안 기존 SM5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6기통 엔진인 SM520V와 SM525V 모델은 200만원, 4기통 엔진인 SM518과 SM520은 100만원 싸게 팔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LPG차량을 제외하고 SM5 전 모델 생산을 지난해 말 중단했다. 남은 물량이 많지 않아 구형 모델을 살 사람은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도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전 차종 무이자 할부판매를 이달 말까지 계속한다. 마티즈를 제외한 전 차종을 36개월 동안 무이자로 판매한다. 최근 경기 악화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경차 마티즈만 12개월 할부 판매한다.

마티즈는 오는 3월께 연비와 가속 성능을 높인 신형이 출시된다. 그러나 구형을 대상으로 한 할인판매는 없다. GM대우는 올 여름 신형 칼로스(1200cc.1500cc)를 출시할 예정이며, 출시 직전에 기존 모델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오는 3월 리오의 후속모델인 '프라이드'(프로젝트명 JB)를 출시한다. 역시 기존 리오 모델의 할인 판매가 예상된다. 이름은 프라이드지만 예전의 프라이드와는 다른 차다. 11일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된 이 차는 리오보다 배기량이 100cc 많아졌으며 연비와 가속 성능 면에서 기존 모델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오는 재고상황을 봐가며 내달쯤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4월 그랜저XG의 후속모델인 TG와 베르나 후속모델인 MC를 출시한다. 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역시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 할인행사를 할 예정이다. 현대차 송수동 차장은 "지난해 9월 NF소나타 출시를 앞두고 같은 해 7월부터 뉴EF소나타 생산을 중단하면서 대당 80~130만원 가량 할인 판매했다"고 말했다.

◆시승차.전시차.낙진차 사기=영업소에 나와있는 시승차와 전시차, 공장에서 출고되기 전 잿가루 등이 묻은 낙진차 등도 싸게 살 수 있는 대상이다. 시승차는 신차가 나온 후 보통 1~2개월 정도 뒤에 100만원 안팎으로 할인된 값에 살 수 있다.

전시차는 영업소마다 방침이 다르나 공장에서 출고된 지 3개월쯤 뒤 판매된다. 할인 폭은 수십만원 대로 크지 않다. 낙진차는 일반에 공개되진 않지만 영업사원을 통해 10% 가량 싸게 살 수 있다.

시승차나 낙진차를 구입할 때는 서류로만 봐서는 안 된다. 차에 이상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형을 살까, '구형'을 살까=차량을 구입한 뒤 8~10년 가까이 탈 생각이라면 구형을 구입하는것이 좋다. 특히 SM5는 디자인만 바뀔 뿐이지 엔진은 거의 같다.

새로운 모델은 항상 나오고 몇 년만 지나면 지금의 신.구형은 모두 구형이 되고 가격 차이도 별로 없다. 그러나 3~4년을 탄 후 중고차로 팔 때는 경우가 다르다.

현대자동차 최종민 영업이사는 "차를 자주 바꾸는 사람은 신형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구입가가 100만원 가량 비싸긴 하지만 3~4년 뒤 중고차로 팔 때는 구형 모델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논리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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