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미네소타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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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1989년 3월 '꿈의 공장' 할리우드는 코미디 야구영화 한편을 만들었다.

실수연발에 팀워크라고는 없었던, 그래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야구팀(영화 속에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을 구단주가 팔아치우려 하자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선수들이 똘똘 뭉쳐 뉴욕 양키스를 꺾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시즌 초 팀 퇴출 위기에 처했던 미네소타 트윈스가 7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5-4로 승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전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트윈스에게 마지막 5차전은 여러 모로 불리했다.

상대 선발은 2차전 승리투수인 좌완 마크 멀더였고, 적진에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트윈스는 2-1로 불안한 리드를 지킨 9회초 무사 1루에서 포수 A J 피에르진스키의 2점 홈런이 터진 데 이어 계속된 2사 1,2루에서 데이비드 오티스의 2루타로 5-1로 달아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애슬레틱스는 9회말 마크 엘리스의 3점 홈런으로 한점 차까지 따라붙었으나 행운은 트윈스 편이었다. 1차전 승리투수였던 미네소타 선발 브래드 래드키는 6과3분의1이닝 동안 볼넷 없이 6안타·1실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

트윈스는 여러 모로 영화 속 인디언스와 닮았다. 시즌 초 메이저리그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재정상태가 나쁜 구단을 퇴출시키겠다고 선언, 트윈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선수노조와 미네소타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올해 퇴출 위기에서는 간신히 벗어났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었다. 30개 빅리그 구단 중 연봉 합계에서 밑에서 네번째인 가난한 구단 트윈스는 놀라운 기세로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힘을 발휘했다. 트윈스가 보여준 현실의 힘은 더 강하고 감동적이었다.

트윈스는 9일 오전 9시 미네소타 돔에서 또다른 '기적의 팀'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리그 챔피언전(7전4선승제)을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홈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4차전에서 8-3으로 승리, 2승2패로 균형을 이뤘다.

두 팀의 최종 5차전은 8일 오전 9시 브레이브스의 홈구장인 터너필드에서 열린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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