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102타 골프 대표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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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라운드 합계 4백7타. 라운드 당 평균 1백2타꼴이니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 수준에도 못미치는 기록이다. 지난 6일 부산 아시아드골프장(파72·6천5백18m)에서 끝난 아시안게임 남자골프 경기에서 이런 성적이 나왔다.

참가선수 65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른 마카오의 시니치(21)는 1라운드에서 90타를 쳤지만 2라운드에서 1백2타, 3라운드에선 1백3타를 쳤고, 비가 세차게 내린 4라운드에선 무려 1백12타를 기록했다. 합계 4언더파 2백84타로 금메달을 목에 건 시브 카푸르(인도)보다 1백23타를 더 쳤다. 4라운드 동안 버디는 단 1개에 그친 반면 트리플 보기와 쿼드러플 보기를 밥 먹듯 했다. 더블파 이상도 많았다.

같은 팀 동료 페르난데스(40)도 진기록을 쏟아냈다. 페르난데스는 1라운드 2번홀(파4)에서 19타를 기록했다. 티샷이 일곱차례나 OB(아웃 오브 바운드)가 나는 바람에 빚어진 결과였다. 페르난데스는 결국 3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했다. 그래서 마카오는 단체전에서 꼴찌로 밀렸다. 마카오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온 동포 소냐 오수기(한국명 홍임선)씨는 "마카오 선수들의 핸디캡은 2∼9"라며 "국제경기 출전경험이 전무한 데다 코스도 낯설어 그나마 갖고 있는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씨에 따르면 마카오 내에 골프장은 단 한개 밖에 없으며 60만명의 인구 가운데 골프를 치는 사람은 1백여명에 불과하다. 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한 마카오 선수들의 직업은 사업·영어강사·학생 등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날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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