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권 금리 연초 급상승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연초 채권시장에서 장기채권의 금리가 크게 상승(채권값 하락)하고 있다. 장기채권이 선도한 금리의 오름세는 단기채권으로까지 급속히 확산하는 모습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더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채권 금리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는 것은 올들어 정부가 국채 발행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데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금리도 오를 것이라고 보는 기관투자가들이 채권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상승 흐름을 타 온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일 전날보다 0.15%포인트 뛴 연 4.31%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국고채 10년물의 금리가 3.8~3.9%를 유지해 온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큰 상승폭이다. 11일 금리는 지난해 12월 31일보다 0.5%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3년 만기 국고채도 이날 연 3.44%로 0.09%포인트 올랐다. 3년물 금리는 지난 연말 3.2% 수준이었다.

◆왜 오르나=재정경제부는 이달 중 8조2700억원어치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0년 만기 장기채는 3조1800억원어치로 전체의 38%에 달한다. 10년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로 장기채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콜금리를 인하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결정을 계기로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본 투신사들은 욕심을 내 대량으로 장기채를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채권값이 떨어지자 투신사 등이 더 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이번엔 반대로 일제히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 기대감도 채권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동부증권 신동준 애널리스트는 "수급도 문제지만, 3~4월쯤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는 등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면 금리는 완만하게나마 상승 추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장은=시장의 관심은 13일로 예정된 금통위 회의에 쏠리고 있다. 일단 1월에는 금통위가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과 달리 추가 인하 결정이 내려지면 채권시장이 또다시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이덕청 채권팀장은 "정책 금리를 수차례 낮췄지만 이자 소득이 줄면서 소비가 오히려 위축되고 기업 투자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더 내리지 않아도 이미 정책 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에 와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 바로잡습니다

◆ 1월 12일자 E2면 '장기채권 금리 연초 급상승세' 기사의 국고채 금리 흐름 그래픽 중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추이가 서로 바뀌었습니다. 11일 기준 3년물 금리는 3.44%, 10년물 금리는 4.31%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