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정치Q] 박지만씨 '그때 … '상영 금지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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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박지만씨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은 새해를 남다른 기분으로 시작하고 있다. 10.26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을 심하게 모독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장남인 지만씨는 11일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동안 유족은 아버지를 왜곡.모욕했다고 생각한 영화나 출판물에 대해 "참는 데까지 참아보자"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것 같다. 정식으로 친일 규명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일본 선호형' 인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김재규 정보부장의 총을 맞고도 "나는 괜찮아"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는데 영화는 김 부장에게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영화 시나리오의 내용을 들은 지만씨는 분개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역사적 공과(功過)는 누구든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허위 사실로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걸 방치하면 내가 나중에 아버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으로 소송을 맡고 있는 김두영씨는 "영화는 교묘하게 박 대통령을 친일파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자주 일본어로 지시하고, 술자리에서 일본가요를 즐겨들은 것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은 일어는 물론 외래어도 잘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0.26 현장에 있었던 가수 심수봉씨는 지난해 12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일본가요를 좋아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내가 고인 앞에서 일본가요를 부르다 야단맞은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유족은 지난해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 대한 불쾌한 기억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쏟은 노력 등은 싹 지워버리고 그를 고문.우상화의 냉혹한 독재자로만 묘사했다는 것이다.유족의 측근들은 "심지어는 지만씨가 청와대에서 대통령 전속이발사의 아들에게 얻어맞는 저급한 날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만씨 측은 실제 이발사였던 박수웅씨를 찾아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박수웅씨는 "영화는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잘라말했다. 법원이 상영을 금지하지 않으면 '그때 그 사람들'은 2월 초 개봉된다. 지만씨는 소송을 내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괜히 영화 손님만 끌어주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해야 한다"며 제소를 결정했다고 측근 김두영씨는 전했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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