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토종 잡곡종자 보급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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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논두렁 밭두렁이나 시골집 울타리 밖에 흔하던 조·수수·콩 등 우리 토종 잡곡들이 값싼 외국산 잡곡에 밀려 사라지고 있어요. 이들 종자를 보존하고 농가에 다시 보급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농협 조합장이면서 토종 잡곡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선 김규동(金奎東·57)씨.

"우리 조상들은 '굶어 죽어도 종자는 머리에 베고 죽는다'고 할 정도로 종자를 귀하게 여겼죠. 하지만 이웃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달라고 하면 아낌없이 나눠 주었습니다."

金씨가 토종 잡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3년이었다. 이후 金씨는 1천5백여평의 밭을 마련해 30여종의 잡곡을 심기 시작했다. 잡곡 밭은 해가 갈수록 종류가 늘고 규모가 커졌다.

현재 신림면 전통 잡곡 전시포의 면적은 5천여평에 달한다. 이곳엔 갓끈 동부·아주까리 밤콩·어른 차조·사십일 콩·쥐눈이 콩 등 일반인들에겐 낯선 것을 포함해 모두 1백70종의 잡곡이 자라고 있다. 여기에 목화·감자·되호박·홍화 등을 포함하면 종자가 2백여종이나 된다.

金씨는 요즘 '우리 잡곡 살리기 운동본부(가칭)'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오는 10일 신림농협 대강당에서 대학 교수·음식 연구가 등 전문가들과 함께 첫 대규모 모임을 갖는다.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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