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액 큰 한국인 입법위원 위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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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빈(楊斌)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의 태도는 결연했다. 세간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3일 본지 취재팀과 선양(瀋陽) 네덜란드 마을(荷蘭村) 내 특별 집무실에서 만난 楊장관은 행정장관직 수행에 강한 각오와 자신감을 강조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연했다. 그는 취재진과 마주앉자마자 장관직 외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행정장관직 외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기 위해 선양에 돌아왔다. 어우야(歐亞)그룹 총재직을 비롯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신의주에 돌아가 특구 장관직 수행에 온몸을 던질 것이다."

-한국 방문은 왜 무기 연기했나.

"먼저 신의주에 울타리를 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한국인들을 특구에 들여놓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동포증을 발급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내일(4일) 평양에 가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으로 날아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만날 생각이다."

-울타리 설치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데.

"1개월 내에 빨리 임시 울타리를 친 다음에 한국인들의 출입을 허용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1∼2년씩 걸리는 영구 울타리 건설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갈 경우 당신의 북한 국적 소유가 문제가 되지 않겠나.

"내가 북한 여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네덜란드 국적 포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특구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자유·공정·청렴을 3대 국정 지표로 삼겠다. 유럽 등 선진 각국에서 법관 등 관리 인재를 대거 초빙해 제대로 된 법치국가를 만들겠다. 한국의 사회 제도에 접근하는 수준의 제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초시설인 전기와 천연가스는 중국 측과 협의한다. 전기는 단둥(丹東)에서, 천연가스도 액화가스 형태로 중국에서 들여온다. 통신은 면허권을 팔아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하수도와 도로의 건설자금 문제는 세계은행과 차관 도입을 협의 중이다. 만일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중국과 북한에 있는 내 토지를 팔아 자금을 충당한다."

-한국인 입법위원 선발의 기준은 뭔가.

"투자 규모가 문제다. 한국 측 투자액이 클 경우 한국인은 2명 정도 입법위원에 위촉될 것이다. 한국인 입법위원은 특구 내 한국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선양=진세근 기자

sk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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